기획자로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남들에게는 크게 다가오지 않더라도, 제게는 소소한 재미로 다가오는 것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앱 업데이트 소식인데요. 얼마전 토스의 대대적인 개편, 작년 카카오톡의 버전 업 등 굵직한 소식들도 물론 좋지만, 주 단위로 진행되는 모바일 앱 업데이트 소식을 확인하고 어떤 화면과 기능이 어떻게 보완되었는지 확인하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의도를 파악하고자 접근하는 과정에서 나름의 공부가 되기도 하고 동일한 기능을 우리 서비스에 적용하면 어떨지, 실제 적용하는 과정에서 고민해야 할 부분들에 대한 참고 사례가 되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먼저 모바일 앱 업데이트 리스트에서 특정 앱의 릴리즈 노트를 살펴봅니다. 버그 수정에 의한 배포의 경우 제가 자세한 내역을 알 수 없기에 넘어가고, 화면 또는 기능 단위로의 업데이트가 된 경우 기존 버전 앱을 실행하여 업데이트 된 앱 화면과 하나씩 비교를 합니다. 29cm가 사용자 성별 구분 없이 홈 화면 내 제품이나 스토리를 내려준던 방식에서 여성, 남성, 전체 등 세 가지 구분을 제공하는 것으로 업데이트를 했다면 각각의 화면을 띄워놓고 왜 그렇게 했을까? 라는 생각을 해보는 것이죠. 초기에는 에버노트에, 지금은 노션에 주 단위로 내용을 정리하고 페이스북 그룹 에 하나씩 공유합니다. ‘지금 써보러 갑니다 – 그룹‘에 공유하는 이유는 그룹에 참여하는 멤버들의 시각을 함께 살펴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방법은 앱을 사용하다 다른 앱에도 적용되어 있는 기능을 조금 다르게 활용하는 사례를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 역시 업데이트 과정을 역으로 살펴보는 것만큼 도움이 되죠. 그래서 앞으로는 노션 – 그룹으로 이어진 내용들을 주 단위로 취합해 하나의 콘텐츠로 발행해보려고 합니다. 오늘은 29cm의 홈 화면 변경, 브런치의 검색 기능 활용, 왓챠의 리뷰 작성 방식, 페이스북의 인앱 브라우저 활용 방법에 대해 정리해보겠습니다 🙂

29CM는 왜 홈 화면에 ‘구분’을 넣었을까?

29CM의 최근 업데이트 전, 후의 모습

29CM가 스타일쉐어의 품에 안긴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스타일쉐어와 어떤 시너지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는데 말이죠. 국내에서 콘텐츠를 가장 잘 활용하는 커머스 중 하나라는 생각을 여전히 갖게 하는 29CM. 그런 이유에서 꼭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가 아니라 ‘구경’을 하기 위해 자주 들어가는 서비스가 29CM 입니다. 모바일에서도 끊임없이 다양한 실험을 시도한 29CM인데요. 얼마전 홈화면에 작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한 세트씩 모두 같은 화면의 업데이트 전, 후의 모습입니다. 29CM의 홈화면이죠. 기존 홈화면은 사용자 입장에서 구분없이 눈에 띄는 제품이나 스토리를 피드 형태로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었습니다. 무언가 사야겠다는 목적이 약할 땐, 홈화면을 둘러보며 29CM에서 준비한 리스트들을 살펴보는 재미가 있었죠. 그런데 업데이트된 홈화면을 살펴보면, ‘여성’, ‘전체’, ‘남성’ 이라는 구분이 생긴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용자의 성별에 따라 홈화면에서 연관있는 내용을 바로 확인해볼 수 있는 장치를 하나 추가한 것이죠. 

그렇다면 29CM는 왜 기존의 홈화면에 성별에 따른 구분을 추가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체류시간의 함정을 피하기 위함이었을 것 같습니다. 29CM의 홈화면은 분명 매력적입니다. 이미지와 텍스트를 워낙에 잘 쓰는 곳이기에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꼭 구매하고 싶은 것이 없더라도 콘텐츠를 소비하듯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데 정확한 기준이 있어 보이진 않았습니다. 지그재그가 사용자의 좋아요나 클릭 등의 패턴을 바탕으로 홈화면을 계속해서 개인화, 맞춤화 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과 다른 내용이었죠. 남성으로 앱을 실행했는데 여성들의 아이템이 연달아 보이기도 하고, 여성으로 앱을 실행했는데 남성들의 아이템이 계속 섞여 보이기도 하고. 물론, 하단에 샵 메뉴를 선택해 남성 – 코트, 남성 – 가방 등으로의 접근이 가능하지만 이는 더 적극적인 행동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홈화면을 통한 체류시간이 계속 이어지더라도 서비스 입장에서는 홈화면에서의 ‘탐색’의 비중이 높은 것 보다 ‘우연한 만남’을 홈화면에서 유도하고 그 뒤의 화면 단위에서의 체류시간을 높이는 것이 구매전환율 등의 지표에 더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거라는 판단을 했을지 모르죠. 

업데이트 후, 홈화면에서 ‘남성’을 선택해 확인하니, 홈화면에 노출되는 특정 상품이나 브랜드 소개 페이지로 이동하는 경우가 제 기준에서는 더 많아졌습니다. 같은 체류시간을 보인다 하더라도, 그 이후의 행동이 어떻게 연결되는가를 우리는 한 번 더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왓챠는 왜 리뷰에 ‘스포일러’ 포함 여부를 추가했을까

왓챠 – 특정 작품에 대한 코멘트 작성 화면

제품 구매에 있어 ‘리뷰’는 아주 중요한 영향을 끼칩니다. 이에, 다양한 서비스들이 앱 내 리뷰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벌써 1년 전 발행한 글이지만 국내 서비스들이 리뷰를 활용하는 방법을 통해 (1)데일리호텔, CGV 등이 활용중인 실제 ‘참여자’ 활용 (2)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세부 기능 리뷰, 망고 플레이트, 요기요 등이 활용중인 평가 기준 세분화에 대한 내용을 정리한 바 있습니다. (10명 중 7명이 확인하는 리뷰, 서비스에서는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

왓챠에게 있어 핵심은 사용자의 ‘평가’입니다. 이 평가는 영화로 시작되어 현재 드라마와 책으로 이어지고 있죠. 그리고 사용자가 직접 평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좋아할만한 콘텐츠를 추천해줍니다. 넷플릭스와 유사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죠. (물론 넷플릭스는 실제로 ‘본’ 데이터를 바탕으로 시작했지만) 이 데이터를 통해 왓챠는 왓챠플레이라는 넷플릭스와 유사한 OTT 서비스를 런칭합니다. 2018년 8월 기준 200만편 이상의 영상이 등록된 상황이고요. 

그런데 여기서 왓챠와 왓챠플레이 간 간극이 발생합니다. 아주 큰 간격은 아니고요 🙂 왓챠에 사용자가 남길 수 있는 데이터는 크게 두 가지 입니다. (1)콘텐츠에 대한 5점 만점의 평가 (2)콘텐츠에 대한 코멘트. (1)번에 따라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하더라도 이미 콘텐츠를 소비한 다른 사용자들의 리뷰는 실제로 해당 콘텐츠를 소비할지, 소비하지 않을지에 많은 영향을 끼칩니다. 우리가 영화를 보기전 리뷰를 먼저 찾아보는 것과 마찬가지죠. 그런데 문제는..이 코멘트에 ‘스포’가 담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카이캐슬을 열심히 보고 있는데 가끔 연관 뉴스를 통해 스포를 당하는 기분이란…) 

스포란, 영화 등 콘텐츠에 대한 감상이 아니라 실제 내용을 포함하게 되는데요. 스포를 의도치 않게 접하게 되는 경우 콘텐츠에 대한 기대감이 반감될 가능성이 생깁니다. 왓챠로서는 사용자 평점을 기반으로 추천을 해주고, 이를 왓챠플레이에서 실제 결제 및 소비로 이어지게 해야 하는데 연결고리가 스포로 인해 끊길 수 있는 지점이 생기는 것이죠.

그럼 왓챠는 이를 어떻게 해결했을까요? 왓챠는 코멘트 작성 시 스포가 포함되어 있는지를 옵션으로 선택 가능하게 해두었습니다. 물론, 스포를 쓰고 스포가 포함되어 있다는 선택을 하지 않을 사용자도 존재하겠지만 이 기능으로 인해 스포가 포함된 코멘트는 피해갈 수 있는 방법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1)내게 추천된 영화를 확인.
(2)왓챠플레이에서 시청 전 최종적으로 리뷰 확인
(3)스포가 있는 코멘트 배제
(4)왓챠플레이를 통해 영화 시청
(5)해당 영화에 대한 평점과 코멘트 작성

(1)-(5)번까지의 선순환이 왓챠에겐 아주 중요하다고 할 수 있기에 스포 관리는 왓챠에게 있어 결제 전환 만큼이나 필수가 아니었을까요? 

요기요가 실제 ‘결제’까지 도달한 사용자에게만 리뷰를 남길 수 있도록 하는 클린 리뷰를 도입한 것도, CGV가 앱을 통해 예매를 한 사용자에게만 리뷰와 평점을 남기게 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주문하지 않은 사용자가 리뷰를 남기게 되면 고의적으로 좋지 않은 리뷰를 남길 수 있고, 이를 본 사용자가 주문 하려는 마음을 바꿀 수 있기 때문!

브런치는 왜 검색 화면에 작가들을 노출시킬까?

브런치 웹 버전 – 검색 화면

요즘 검색 기능 및 UI 개선에 대한 생각을 계속 이어가다보니 자주 쓰는 서비스는 물론이고 자주 쓰지 않는 서비스들도 한 번씩 들어가 ‘검색’화면을 습관처럼 들여다보고 있는데요! 저 역시 베타 서비스 때부터 에세이를 작성하고 있는 곳이자 애정을 갖고 바라보는 서비스 중 하나인 브런치 사례를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브런치에는 검색 대상이 크게 3가지로 나뉩니다. (1)글 (2)매거진(글을 묶어주는 역할) (3)작가 입니다.

중요한 것은 키워드에 따라 검색을 할 때 사용자가 바라는 것은 특정 작가의 ‘이름’이라기 보다 입력한 키워드와 딱 맞는 혹은 연관된 콘텐츠라는 점입니다. 베타때부터 브런치에 글을 발행해왔지만, 지금도 특정 작가의 이름을 검색해본 적은 없고,신규 사용자라면 더더욱 이런 글도 있을까, 이런 글이 궁금해, 라는 생각으로 검색까지 다다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그런데 브런치와 같은 서비스 입장에서는 작가도 매우 중요한 존재입니다. 작가 개개인의 구독자가 늘어야 작가들이 신이 나서 더 글을 발행할테고, 작가들이 새 글을 발행했을 때 알림을 받을 사용자들이 많아질테고, 이는 사용자들로 하여금 서비스를 다시 접속하게 만드는 트리거가 되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브런치는 접점을 찾아야 했을겁니다. 그래서 브런치는 먼저 작가의 프로필을 작년 하반기에 대대적으로 개편했습니다. 그 중 하나가 작가가 직접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3개의 키워드(태그)를 입력하게 한 것입니다. 왜 그랬을까요? 답은 앞서 말한 ‘접점’에 있습니다. 키워드를 통한 검색을 시도했을 때, 글과 매거진 뿐만아니라 해당 키워드와 관련된 콘텐츠를 자주 발행하는 작가를 검색 대상에 더 적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해서죠.

그리고 또 하나, 브런치는 검색어를 입력하기 전 사용자들이 만나는 화면에 ‘키워드’ + 문구를 통해 작가들을 노출하기 시작합니다. 첨부된 이미지처럼 말이죠. 사진 찍는 작가들을 소개합니다 (키워드와 문구), 기획자 에디터 크리에이터 (연관 키워드) 그리고 웹 기준으로 다섯명의 작가 프로필 사진과 이름 소개 내용 중 일부를 보여주고 있는 것.

여기서 사용자는 한 번 숨을 고르게 됩니다. 검색 화면에 표시된 키워드와 작가들이 눈에 당장 들어오지 않더라도, 이런 작가들과 키워드가 브런치에서 쓰이고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이는 제 가정이지만요 🙂 특정 서비스에서 ‘검색’은 서비스와 사용자의 마지막 밀당지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규 사용자를 기준으로 먼저 탐색 단계를 거치게 되고 그 탐색 단계에서 원하는 콘텐츠를 만나지 못할 경우 검색을 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만약, 원하는 검색 결과를 얻지 못한다면 그 사용자는 우리 서비스를 다시 사용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집니다.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이야기죠. 그렇기에, 숨고르기가 필요합니다. 서비스도, 사용자도. 만약, 브런치가 검색어를 입력해주세요. 라는 검색창만 남겨두었다면 사용자는 더 높은 기대를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저는 여전히 한 뎁스가 추가 되더라도 검색 화면 만큼은 온전히, 별도의 화면으로 남겨두는 것을 선호합니다. 검색어를 입력하기전 빈화면을 사용자와 서비스 간 숨고르기가 가능한 영역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죠.

페이스북은 왜 인앱 브라우저 활용 시 배경을 블러처리 했을까?

페이스북 게시글 중 아웃 링크를 선택한 모습

페이스북 모바일앱애서 외부 링크를 눌러보신 적 있으신가요? 초기에는 브라우저를 통해 아웃링크를 처리했고 이후에는 인앱 브라우저를 통해 내용을 띄웠습니다.후자를 택한 이유는 사용자들이 아웃링크를 통해 페이스북을 빠져나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였죠. 이는 페이스북 뿐만아니라 메신저 앱 등에서도 적극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링크를 통해 콘텐츠를 확인한 후 언제든 다시 본앱으로 돌아오게 하는 장치죠.

그런데 페이스북은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아웃링크를 인앱에서 불러올때 화면을 완벽하게 가리지 않았습니다. 페이스북에서 어떤 링크를 클릭했는지를 보여줌과 동시에 페이스북에서 이 링크가 로딩되고 있음을 더 적극적으로 알리기 위한 방법으로 말이죠. 작은 차이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길을 잃지’ 않는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서비스 입장에서는 사용자가 지금 어떤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지 알려줌과 동시에 쉽게 빠져나가지 않게 하는 장치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마치며,

본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획자 또는 팀원들이 정확히 ‘어떤’ 생각으로 해당 기능이나 화면을 업데이트 했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사실 위의 내용들이 모두 빗나갔을지도 모르죠 🙂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을 계속 하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많은 공부가 되고, 생각할 기회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함께 이야기 해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룹도 한 번씩 찾아주세요! 왜 이렇게 했는지, 왜 그렇게 했을까! 함께 논의해봐요! 그룹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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