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동일한 상황, 어떤 문구를 사용해야 할까?

기획자로 업무를 진행하며 가장 중요한 스킬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글쓰기’입니다. 이번 업데이트에 어떤 내용이 포함 되었는지 사용자들에게 알릴 때도, 자주는 아니지만 스토어 등록 정보 실험을 위한 앱 설명을 입력할 때도 그리고 앱 내 버튼이나 페이지 내 포함되는 다양한 문구들을 작성하는 것도 모두 글쓰기와 깊게 관련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UX Writing, 즉 사용자 경험 관점에서의 글쓰기는 이미 실리콘밸리 등에서는 별도 포지션으로 채용이 진행 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도 최근 그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이기도 합니다. ‘마이크로 카피’라는 책에는 이런 문구가 있는데 많이 공감했던 기억이 나네요. “인터페이스와 사용자 사이의 언어적 연결은 사용자 경험이라는 퍼즐을 완성하는 마지막 한 조각으로, 당신의 눈과 마음을 영원히 사로잡고, 당신에게 중요하고 의미 있는 존재로 남을 것이다.”

얼마 전, 페이스북에 글을 쓰다 실수로 디바이스 우측 하단 버튼을 탭했는데요. 게시글을 삭제할 것인지, 임시 저장할 것인지, 삭제할 것인지 등 3가지 옵션을 제공해주는 것을 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재밌는 점은 게시글 작성을 취소할거야? 삭제할거야? 와 같이 부정적 의미의 문구를 활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 게시물을 나중에 완성하시겠어요? 라는 긍정적인 문구를 활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동시에 페이스북에서는 게시글을 언제든 다시 작성할 수 있어 라는 점을 알려주고 있었습니다.

사용자 리뷰, 일반 게시글 작성 등 최근 다양한 서비스에서 사용자들이 참여 할 수 있는 콘텐츠 종류가 많아지고 있는데요. 페이스북을 계기로 몇 가지 서비스의 동일한 상황을 더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오늘의집] 질문하기 글을 작성할 수 있습니다. 오늘의 집은, “뒤로 가시겠습니까?” “작성 중인 내용이 저장되지 않고 사라집니다.” “취소/확인”과 같은 내용을 활용하고 있었는데요. 서비스 입장에서는 게시글이 최종적으로 등록되어야 하기에 뒤로가려는 행동 자체를 못하게 하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뒤로 갈 경우, 작성 중 내용이 사라진다는 내용을 통해서 말이죠.

아쉬운 점은, 오늘의 집은 서비스 내 글을 쓸 수 있는 범위가 다양한데 (집 자랑, 질문하기 등) 앞서 사용자가 진행하고 있었던 행동과 맥락이 조금 다른 문구를 활용한다는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질문하기 작성 중이라면, 질문하기 작성을 그만둘거냐는 물음이 뒤로 갈거냐는 물음보다 한 번 더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페이스북] 앞서 한 번 설명했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잘 구성된 사례라는 생각이 들어 다시 한 번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페이스북은 작성 중인 게시글을 가리지 않습니다. 바텀 시트 형태로 “이 게시물을 나중에 완성하시겠어요?”라는 문구를 활용하고 있는데요. 취소할거야? 뒤로 이동할거야? 와 같은 메시지가 아니라 임시 저장 또는 계속 수정할 수 있다는 내용을 함께 넣어 삭제를 최소화 하기 위한 장치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임) 제가 담당했던 서비스 역시 안드로이드 기준, 뒤로가기를 통해 앱을 종료 할 수 있었는데요. 기존에는 토스트로 종료 된다는 안내만 제공했었는데 업데이트 과정을 거쳐 앱 내 주요 기능을 팁 형태로 제공해줬던 기억이 납니다. 동일한 맥락은 아닐 수 있지만, 실수가 아닌 이상 뒤로 가기를 선택했다는 것은 명확한 목적하에 이뤄진 행동이기에 다음 실행 시 도움이 될 수 있는 기능을 안내하거나, 이어질 수 있는 기능을 안내해주는 건 좋은 접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페이스북이 이런 걸 참 잘해요.

[링크드인]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취소가 아닌 저장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좋은 연결고리라고 생각해요. 타이틀 자체가 “나중에 보도록 저장하기”입니다. 나중에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저장할 수 있다는 점을 알려주고 있죠.

[카카오톡] 카카오톡 톡 게시판 내 글쓰기가 가능한데요. 뒤로가기 시 ‘취소’를 할거냐 말거냐를 선택하게 합니다. 톡 게시판 정도에서 임시저장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 점도 아쉽고, 한 번 더 사용자를 붙잡을만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이 문구는 작성 중, 뒤로가기 시 언제든 출력 되겠지만 중요한 건 학습 과정이거든요. 처음에 해당 문구를 접했다면, 앞으로도 사용자는 아무렇지 않게 취소를 선택 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물론, 사용자 입장에서 이미 취소하기로 했으니 더 이상 귀찮게 하지 않을거야 라고 판단했다면 얘기는 달라지지만요)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링크드인, 인스타그램의 공통점은 ‘글로벌’ 서비스라는 점입니다. 그만큼 디테일을 많이 챙기는 서비스라는 생각도 들고요. 인스타그램 역시 임시 저장을 먼저 알려줍니다. 삭제는 그 다음. 취소라는 내용은 아예 포함 되어 있지 않습니다.

[씀] 글쓰는 연습을 꾸준히 하기 위해 오래전부터 사용하고 있는 서비스입니다. 조금 놀란게 한자 ‘소멸’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한자 자체가 부정적인 의미로 다가오는 것은 아니지만 삭제보다 더 강하게 다가오기에 B2C 서비스에서는 잘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기에 조금 의아했습니다.

[트리플] 설명 내, 취소가 포함 되어 있긴 하지만 트리플 역시 ‘임시저장’ 기능을 강조하고 있네요. 임시 저장하기가 선택 가능한 옵션 중 가장 처음에 보여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요기요] 리뷰 작성 중 뒤로가기 선택 시,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취소’에 초점이 맞춰 설명을 해주는 모습입니다. 등록 취소할거야? 아니요/예 둘 중 하나를 선택하게끔 구성되어 있네요. 리뷰 등록을 완료 했을 때의 안내가 포함되었거나 나중에 리뷰를 이어서 쓸 수 있도록 유도 할 수 있었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듭니다.

[배달의민족] 요기요와 직접 비교를 해본다면, 요기요는 단순히 취소 할거냐의 여부를 묻고 있지만, 배달의 민족은 그만 할 경우 내용이 사라진다는 안내가 추가 되어 있습니다. 뒤로 가기를 선택 했을 때, 사용자가 잃게 되는 점을 알려주는 것이죠.

정리해볼까요?

9개의 사례 밖에 없기에 일반화 할 순 없지만, 중요한 것은 이미 ‘취소’를 마음 먹고 선택한 사용자들에게 ‘귀찮지’ 않은 선에서 다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어떻게 유도 할 수 있을까? 어떤 문구를 활용 할 수 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사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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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개의 앱스토어는 다운로드 시 어떤 행동을 유도할까?

기획 업무를 오래 하다 보니, 습관처럼 앱스토어에 매일 들어가게 됩니다. 플레이 스토어와 앱스토어는 기본적으로 개인화가 잘 되어 있어 설치되거나 설치했던 앱을 기준으로 추천앱을 뿌려주기에 주로 전체 인기차트와 주요 카테고리 별 인기 차트를 살펴보게 되는데요. 최근에 어떤 앱들이 인기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기본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매일 여러개의 앱을 설치하고 삭제하고 있는데요. 앱스토어 별 설치 버튼 탭 후, 다음 행동을 유도하는 방법들이 달라 간략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구글 플레이 스토어] 아이폰7 플러스를 쓰다가 작년 3월 갤럭시S10+로 넘어오면서 플레이 스토어를 더 자주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특정 앱 상세페이지로 진입하면 리뷰, 다운로드 수, 사용 연령대 등 대표 정보를 확인 할 수 있고, 하단에 바로 ‘설치’ 버튼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스크린샷이 다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요. 애플 앱스토어 대비 확실히 스크린샷이 작은 사이즈로 적용 되어 있는 모습입니다.

이어 앱 정보와 평가하기 등이 적용되어 있는데요. 재밌는 건, 설치하기를 누른 뒤의 화면입니다. 설치 중에는 내가 설치하고 있는 앱과 유사한 콘텐츠로 구성에 변화가 생기기 때문이죠. 하나는 추천이란 이름으로 붙어있는 ‘광고’이며 또 하나는 이런 앱은 어떠세요? 라는 타이틀을 사용한 앱 리스트입니다. 기존 앱 소개 영역을 추천 콘텐츠로 덮어버리는 거죠.

광고는 그렇다 치고, 이런 앱은 어떠세요? 에서는 최소한 동일 카테고리 내 앱 리스트를 보여줄 것 같지만, 그렇진 않습니다. 전체 리스트를 통해 추측해보자면 과거에 다운로드 받았던 앱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어 해당 데이터를 바탕으로 리스트가 생성된 것 같긴한데 티맵 택시 기사님용까지 포함된 건 좀 의아하네요. 꽤 많은 수의 앱이 포함되어 있는데 ‘일관성’을 찾기란 쉽지 않아보입니다.

(✔️덧붙임)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 스토어에서의 전환율 높이기, ‘스크린샷’의 역할 : http://13.125.82.244/appstore-screenshot/ 해당 글에서도 언급되었던 내용이지만 이 스크린샷이 다운로드 전환율에 정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두 스토어에서 스크린샷 사이즈가 왜 다른지도 알 수 있어요!

[애플 앱스토어] 아주 명확합니다. 아무런 행동도 유도하지 않습니다. 물론 상세 페이지 하단, 개발사의 다른 앱이나 좋아할 만한 다른 항목을 보여주지만 (그리고 체감 상 구글 보다 더 정확하지만) 이번 글은 ‘설치’ 버튼 탭 후의 행동 유도에 대한 내용이니 해당 관점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네요. 개인화가 잘 되어 있기 때문은 아닐까? 라는 생각과 앱을 설치하는 과정에서도 사용자는 스크린샷 등의 앱 정보를 탐색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삼성 갤럭시 스토어] ‘설치’를 탭하면 구글 플레이 스토어와 같이 다른 앱을 함께 다운로드 받을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다른점이 있다면 바텀 시트 형태로 적용되어 화면 전환이나 구성에 변화가 없다는 점 그리고 동일 카테고리 내 인기 앱을 띄워준다는 점입니다. 명확한 차이점이 있네요. 또 하나 재밌는 건, 구글이 다운로드 구간 정보를 보여주는 위치에 삼성은 ‘연관 앱’을 확인 할 수 있도록 해놓은 점입니다.

(덧붙임✔️) 우리 프로필 이미지는 정도야! https://www.facebook.com/groups/icunow/permalink/2530788657139840/ 해당 시글에서 언급되었던 삼성 멤버스의 사례도 디테일의 관점에서 꽤 매력적이었던!

[원스토어] 대체 UI는 언제 뜯어 고칠거지? 라는 생각을 하다가도 그럴만큼의 사용량이 될까? 싶기도 한 원스토어. 앱스토어와 마찬가지로 설치 버튼 탭 후 별다른 행동 유도는 보이지 않습니다.

왜 설치 버튼을 탭한 직후일까?

사실 핵심은 이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어차피 홈 화면 기준 에디터 추천, 다운로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개인화가 잘 되어 있는데?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이 단계는 아직 ‘탐색’의 단계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봄 셔츠를 사야 되는데! 하고 쇼핑몰에 들어와서 둘러보는 것과 특정 아이템을 선택해 결제하는 것과 같은 과정의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구매 결정 전후의 차이. ‘설치’는 ‘결제’와 같은 맥락의 행동이기에 ‘충동’과 즉시성’이 적용될 수 있어요. 심리적 허들이 많이 약해진 상태이기 때문이죠. 그래서 설치 후에 어떤 행동을 유도하지? 라는 질문이 나올 수 있었고, 실제 4개 중 2개의 서비스가 추가로 앱을 다운로드 받게 하는 행동을 유도하고 있었습니다.

(덧붙임✔️) 이것도 담아볼까? 장바구니와 구매 후 이야기 https://www.facebook.com/groups/icunow/permalink/2529127393972633/ 커머스에서는 구매 전의 장바구니와 구매 후 페이지에서 동일한 맥락의 행동 유도가 가능하겠죠?

3.삼성 – 기본 키패드의 디테일

정확한 시점은 기억나지 않지만, 이번 삼성 OS 업데이트 때 포함된 것 같아요. 비밀번호 입력 필드를 탭하면 영문 쿼티에 한글을 함께 보여주고 있거든요. 삼성이나 구글 – 크롬, 애플은 비밀번호와 아이디를 최초 입력 시 클라우드에 저장해놓고 다음에 다시 로그인 할 때 생체 인증 등으로 자동 입력되는 기능을 이미 제공하고 있는데요. 이 기능 자체를 지원하지 않거나 잘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유용한 기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이디는 처음부터 영문으로 작성하기에 한글 지원 자체가 크게 의미 없지만, 비밀번호는 자신의 이름에 숫자나 특수문자를 조합하는 등의 행동을 많이 하기 때문이죠. 이 경우 한글을 함께 보여주는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한 번쯤은 겪어 보셨을 것 같습니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 이상은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은 아니지만, 로그인 상태 유지나 앞서 언급된 클라우드 내 비밀번호를 저장하는 기능 등을 잘 활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충분히 존재합니다. 때문에 이번 업데이트가 높은 연령대의 접근성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UI의 상향 평준화라는 말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지금 써보러 갑니다 블로그와 그룹에 글을 올리기 전 다양한 서비스들을 접하게 되는데요. 확실히 2-3년 전에 비해 모바일 앱 디자인들이 일정 수준 이상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여러번 교체하며 앱의 기능이나 인터렉션 등에 많이 익숙해졌고요. 그래서 더욱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이 바로 ‘디테일의 간격’입니다. 동일한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라 하더라도 디테일을 얼마나 신경 썼느냐에 따라 경험 자체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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