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자의 모바일 앱 뜯어보기] 왜, 그렇게 했을까? – 29CM, 브런치, 왓챠, 페이브북 이야기를 정리, 공유하고 나니 그룹에 참여하는 분들이 더 많아졌네요 🙂 다양한 앱을 살펴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생각한 내용들을 공유하고 다른 참여자들의 시각을 덧붙여가면 더 많은 공부가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만든 ‘지금 써보러 갑니다‘ 비공개 그룹이 앞으로도 더 많은 기획자와 디자이너 나아가 연관된 업무를 진행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가능한 하루에 하나씩, 앱/웹 서비스를 살펴보며 알게된 소소한 발견들에 생각을 덧붙이는 ‘놀이’를 해보고 싶네요. 이번에는 첫 번째 모바일 앱 뜯어보기 이후 그룹에 공유한 내용을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다음편부터는 그룹에 참여하는 분들의 동의를 받아 그룹 내 공유된 여러 사례들을 더 풍성하게 묶어볼 계획! 그러니 얼른 그룹에서 같이 놀아요!

1.피크닉와 타임트리는 왜 사용자에게 번역을 요청할까?

저는 지금 31개 언어로 서비스되는 모바일앱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이전에도 글로벌 서비스를 경험해보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이만큼의 언어를 커버하는 서비스는 처음이기에 합류 시에는 물론 지금까지도 여러 이슈를 늘 안고있고, 어렵게 다가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문구’입니다. 지금 구글과 애플이 운영하는 양대 마켓의 오가닉 유저들에 대한 다운로드 전환율을 높이기 위해 스토어 등록 정보를 변경,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요. 스페인어 같은 경우 한글에 비해 훨씬 길게 표현이 되기에 가능한 문장이 아닌 키워드 중심으로 스크린샷 기타 내용을 구성해야 했습니다. 또 업데이트 시 행동 유도나 설명이 추가되는 경우에도 해당 국가에서 잘 쓰지 않는 표현이나 한글 뜻과 달리 해석되는지도 함께 확인해야 하죠. 

무엇보다 내부에서 업데이트 주기를 짧게 가져가고 있기에 업데이트 때마다 주요 언어로 빠르게 번영을 진행, 반영해야 한다는 점이 중요합니다. 현재는 외부 업체에 필요할 때마다 스트링 번역을 요청하고 있는데, 번역이 늦어지거나 지원하지 않는 언어가 있는 경우에는…그야말로 난감한 상황이! 그리고 IT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낮은 사람들이 번역을 하게 되면 맥락이 어색해지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가능한 전문가가 번역을 해주지만 말이죠.

(좌) 피크닉 (우) 타임트리

위의 이미지는 각각 우리에게도 많이 알려진 피크닉(사진 편집), 타임트리(공유 캘린더)의 앱에서 확인한 모습인데요. 모두 글로벌 서비스로 진행 또는 예정이기에 번역과 관련된 내용들이 담겨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이 모두 사용자에게 번역을 요청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제가 담당하는 서비스 역시 일정 버전까지는 언어별 번역 담당자에 사용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는데요. (지금은 관리상의 이슈로 업체에 맡기고 있지만) 이 때의 장점이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용자로 하여금 번역이 진행될 경우, 이미 서비스를 써봤다는 가정하에 일반 번역보다 더 큰 애착을 갖고 그 과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서비스를 써보며 이 기능이 어떤 기능인지, 어떤 상황에 쓰이는 문구 또는 키워드인지를 자세히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죠. 물론, 이는 번역에 참여하는 사용자가 앱에 대한 충성도가 높고, 언어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필요합니다.

또, 실시간 대응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존재합니다. 업데이트 전, 업데이트와 관련된 문구를 미리 공유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발빠르게 번역을 진행할 수 있는 것이죠. 플리토라는 서비스가 집단 지성을 바탕으로 전 세계 다양한 언어에 대한 번역을 진행하는 것처럼 서비스 사용자 집단 내 지식을 함께 활용할 수 있는 것도 연관성이 높은 내용 중 하나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안고가야할 리스크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대표적으로 번역의 퀄리티 이슈가 존재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문 번역가들에게 내용을 맡겼을 때와 대치되는 지점이기도 한데요. IT전문가가 아닌 이상 일반 번역 담당자들이 서비스 내 언어를 100% 이해하지 못한다는 단점이 역으로 일반 사용자들의 참여로 인해 번역된 내용의 수준이 낮아질 가능성으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에 피크닉이나 타임트리와 같이 사용자로 하여금 번역 과정에 참여를 유도하는 경우가 많이 보입니다. 이 글에 담기지 못한 장점과 단점, 또 어떤 내용들이 있을까요?

2.카카오 메이커스는 왜 베스트 탭을 1만픽으로 변경했을까?

모바일 쇼핑 관련 서비스에서 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카테고리’가 ‘베스트’ 상품입니다. 전체의 베스트를 보여주기도 하고, 이달의 베스트를 보여주기도 하고, 특정 상품군 내 베스트를 보여주기도 하는 식으로 말이죠. 사람들이 많이 구매하는 상품을 먼저 확인해보고 싶은 심리를 이용하는 이 방법은 아주 오래전부터 사용된 방식이기도 합니다. 서점에서도 마찬가지인데요. 종합 또는 종류 별 베스트셀러를 먼저 확인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나오는 행동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출시 초기부터 제가 재미있게 사용하고 있는 이커머스 서비스가 하나 있는데요. 바로 카카오 메이커스입니다. 작년 한 해, 약 5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서비스이자(예상치) 느림의 미학을 추구하는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로켓배송 등 물류와 배송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투자하는 최근 상황 속, ‘느림’을 강조하는 서비스라니? 라는 호기심에 처음 접했던 기억이! 

카카오 메이커스는 구매 즉시 상품이 배송되는 것이 아니라, 주문생산 방식으로 운영이 되고 있습니다. 최소 일주일, 최대 한 달이라는 기간 동안 주문을 받고 일정 기간이 지난 후에 제품이 배송되는 것이죠. 특정 갯수 이상의 주문이 들어오지 않으면 크라우드 펀딩과 같이 제품 생산과 배송이 취소되기도 합니다. 생산자 입장에서는 수요를 미리 파악한 뒤 생산 할 수 있고, 카카오의 힘을 빌려 직, 간접적으로 제품을 미리 홍보할 수 있는 기회도 얻을 수 있는 것이죠.

(좌) 업데이트 전 카카오메이커스 (우) 업데이트 후 카카오메이커스

처음에는 카카오 앱 내 들어가 있었으나 작년에는 플랫폼 별 별도의 앱으로 출시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서론이 조금 길었는데요 🙂 지난주 카카오 메이커스가 업데이트를 했는데, 그 내용이 흥미로웠습니다. 기존(왼쪽 이미지)에는 상단 탭이 홈, 베스트, 신규, 좋아요로 구성 되어 있었는데요. 홈, 베스트, 신규는 모두 메이커스에 등록된 제품을 각각의 성격에 맞게 확인할 수 있는 탭이고, 좋아요는 사용자 개개인이 좋아요한 상품을 확인할 수 있는 탭이었습니다. 

업데이트 후에는 상단 탭이 어떻게 변했을까요? 베스트 탭이 1만픽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베스트? 1만픽? 여기에서 픽은 누적 주문을 뜻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파악한 바로는…) 카카오 메이커스에서는 1차 주문 생산 후, 앵콜 요청을 받고 2차, 3차, 4차 등 반응을 살펴보며 추가 판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누적된 횟수를 베스트에 반영하여 사용자들에게 더 명확한 기준을 제공하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단순히 베스트라고 하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그 기준이 모호하게 다가올 수 있지만, 베스트의 기준을 탭에 적용하면서 왜 베스트에 이 상품들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설명해줄 수 있으니 말이죠. 베스트라는 이름의 탭 보다 확실히 더 명확해진 느낌이 드네요.

이런 기준을 모든 서비스에 적용할 순 없겠지만, 카카오 메이커스와 같이 컨셉이 뚜렷한 곳이라면 한 번쯤 시도해볼만한 일이 아닐까요?

3.야놀자펜션과 인스타그램은 왜, 설정화면 UI를 변경했을까?

(좌) 야놀자 펜션 기존 설정 화면 (우) 야놀자 펜션 업데이트 후 설정 화면

야놀자펜션이 설정화면 UI를 변경했습니다. 기존에는 동일한 크기의 격자형태로 주요 메뉴들이 배치 되어 있었는데요. 사용자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내용은 프로필 영역에, 서비스의 공통적인 내용은 그 하단에, 실시간 상담하기(카카오톡 연동)가 마지막으로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변경된 화면을 볼까요? 변경된 화면은 ‘지금 여행을 떠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마일리지 등록, 이용내역에 강조를 해둔 모습입니다. 나머지 메뉴들은 모두 상-하 리스트뷰로 변경하되 가고싶어요, 내가 쓴 팁, 예약조회, 설정을 한 그룹으로, 공지, 고객센터를 한 그룹으로 등 사용 목적에 따라 구분선으로 정리된 모습입니다. 

사실 야놀자 펜션에서 내가 쓴 팁은 사용자 입장에서 크게 중요한 정보는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데요.(오히려 예약 내역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 물론 이는 하단 탭에 적용되어 있습니다) 쇼핑몰과 마찬가지로 내가 실제로 숙박 시설을 예약하는데 있어 사용 가능한 ‘혜택’이 가장 중요한 정보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 점이 변경된 설정화면 UI에 반영된 것 같네요. 제 마일리지는 0이지만, 그 숫자에만 야놀자 펜션의 브랜드 컬러가 적용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기존과 같이 설정 화면 내 주요 기능을 배치할 경우 하나의 기능이나 연결 메뉴가 생성된다 하더라도 UI가 쉽게 깨질 수 있는데 변경된 UI와 같이 리스트 형태로 구성이 된다면 추가 작업이 더 간결해질 수 있습니다.

(좌) 변경 전 인스타그램 설정 화면 (우) 변경 후 인스타그램 설정 화면

최근 설정화면 UI를 바꾼 사례가 하나 더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그 주인공! 그룹 내 ‘Janee Lee‘님이 공유해준 사례 중 하나인데요! 업데이트 전 화면은 뎁스를 최소화, 사용자들이 많이 사용할만한 메뉴들을 리스트에 모두 포함시키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이 부분이 업데이트 후 대표 키워드로 묶는 형식으로 변경되었습니다. 뎁스가 하나 추가된 것이죠.

이 부분이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설정화면을 자주 들어가지 않지만, 들어갈 때는 매 번 명확한 ‘목적’을 지니게 되는데요. 변경 전에는 불필요한 정보들 때문에 제가 원하는 메뉴/설정을 찾기가 어렵고 헷갈리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변경된 화면에서는 어떠한 부분을 설정할 것인지 더 명확한 구분이 가능했습니다. 키워드와 함께 이를 표현해주는 아이콘이 함께 적용되어 있기에 더더욱 말이죠.

마치며,

본 서비스를 담당하는 기획자 또는 팀원들이 정확히 ‘어떤’ 생각으로 해당 기능이나 화면을 업데이트 했는지는 정확히 모릅니다. 사실 위의 내용들이 모두 빗나갔을지도 모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노력을 계속 하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던 것처럼 많은 공부가 되고, 생각할 기회들이 생기기 때문입니다. 함께 이야기 해보면 더 좋을 것 같은데, 그룹도 한 번씩 찾아주세요! 왜 이렇게 했는지, 왜 그렇게 했을까! 함께 논의해봐요! 그룹은 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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