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5년차 스타트업 기획자입니다. 창업과 위자드웍스, 오드엠을 거쳐 현재는 OGQ Backgrounds 서비스를 담당하고 있어요.

일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전하는, 아주 흔한 저의 인사말 중 하나입니다. 저는 스타트업 5년차 기획자입니다. 그런데 요즘 ‘기획자’의 역할은 무엇이고, 조금더 철학적으로 접근해 ‘기획자’의 존재 이유가 무엇일까, 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됩니다. 5년차의 딜레마라는 생각도 들고,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책일수도 있겠죠. 

사실, 이 고민을 어제, 지난주부터 시작한 것은 아닙니다. 작년 봄, 브런치를 통해 발행한 에세이(언제부터 였을까 ‘나’)에도 비슷한 맥락의 내용들이 담겨있는걸 보니, 꽤 오래전부터 나란 사람의, 기획자로서의 나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함께 공존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획자는 왜 IT 기업에서 점차 사라져 가는가

아.. 기획자! 이 애매한 존재 같으니라고! 혼자의 고민으론 끝나지 않을 질문이라는 생각에 다른 기획자들은 우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직접 던져보기로 했습니다. 기획자란 무엇이며, 기획자가 각 프로덕트를 담당하는 팀이자 스타트업 또는 하나의 기업에 존재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에 대해 말이죠.

롯데닷컴 6년차 기획자

결국 기획자란 개발자와 디자이너, QC(퀄리티 체커)가 서로 어긋나지 않게 해주는 코디네이터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워치마스터 3년차 기획자

캔버스 같은 존재. 기획자는 서비스와 가 회사가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 그 틀을 설계해주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캔버스는 사용 되는 재료에 따라서 그림의 스타일, 의미, 내용 그리고 결과가 달라질 수 있죠. 기획자들은 사용 되는 재료가 무엇인지 어디서 가지고 와야 하는지 어떠한 형식으로 만들 것인지 등 세부적인 방식과 내용을 정의하기 위해 존재하는게 아닐까요.

크라우디 3년차 기획자

세상에 필요하지 않는 제품이 탄생하지 않게 막는 역할. 왜? 를 끊임없이 생각하고 떠올리는 역할. 쓸모없는 것을 버리고, 쓸모있게 변모시키는 과정 속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스트소프트 2년차 기획자

기획자라는 단어보단 프로덕트 오너나 프로덕트 디자이너(설계와 같은 맥락에서의)로 접근해야 할 것 같아요. 한 프로덕트에 대한 화면 설계는 물론 정책 등의 전반적인 사항을 그려내고 관리할 수 있어야 하니까요.

네이버 오지큐 마켓 3년차 기획자

요즘의 기획자는 단순히 화면 설계 측면에서 바라볼 수 없는 환경이라고 생각해요. 좀 더 큰 의미로 ‘기획’과 ‘기획하는 사람’을 바라볼 필요가 있죠. 사실 서비스 내, 무언가 진행할 경우 기획이라는 단어는 꼭 들어가잖아요. 마케팅 기획, 서비스 기획, UI 기획 등. 기획자로 불리는 사람들은 이 “다양한 기획”을 잘 엮어낼 수 있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 역시 이 모든 영역에 발을 담고 있고요. 결국 1명의 기획자는 1명의 작은 CEO자 리더라고 보는게 가장 적절하지 않을까 싶어요.

크레마 5년차 기획자

누군가의 입김에 쉽게 흔들리지 않도록 균형과 중심을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프로덕트에 연관된 사람들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도록 말이죠! 물론,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하면 좋을지,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그에 맞는 기획을 하는 것도 핵심!

튼튼영어 3년차 기획자

IT 서비스가 직접적인 BM이 되지 않는 회사에서 기획자는 실제 돈을 벌어다 주는 사업부와 디자인/개발자 사이에서 이견을 조율하고 일정을 확인하는 역할이 크다고 생각해요. 기획자라는 필터를 거쳐 정말 해야만 하는 일이 걸러지고, 그에 대한 성과측정으로 프로젝트 성공 여부를 따질 수 있는 사람. 

팀을 밝힐 수 없는 오지큐 구성원 

기획자라는 타이틀을 사용하는것보다, 프로덕트 매니저(흔히 말하는 PM)가 더 이상적인 것 같아요. 기획자는 스토리보드 제작 등 일부 업무에 한정된 역할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요즘은 화면 설계는 물론 + 개발자와 기본적인 소통 + 디자이너, 개발자와 같은 다양한 구성원들 간 의견과 방향을 조율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아요.(조직 안에 또다른 CEO)

경향신문 6년차 기획자

제가 생각하는 기획자는 고전적으로 설계자의 역할로서 필요했던 것 같아요. 건축을 예로 들면 건축 설계가 없어도 건축현장 전문가(개발자), 인테리어(디자이너) 등이 건축은 할 수 있거든요. 대신 그냥 만드는것과 건축물이 얼마나 튼튼하고 지속가능하냐는 조금 다른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르면 기획자는 서비스의 품질적인 측면 그리고 개발의 목표를 확보하는측면에서 존재한다고 생각하죠. 다만, 앞으로의 기획자의 역할은 분명 달라질 거라고 생각하고 그 역할은 다양하게 요구받을 가능성이 높아요. 디자인을 하는 기획자, 개발을 하는 기획자, 데이터를 보는 기획자 등으로 말이죠. 앞으로의 경쟁력은 이런 기대역할들을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물론 커뮤니케이션 및 협의, SB치는 것을 잘한다는 가정하에) 그래서 저도 프로토타입을 빠른 시간에 준비해서 의사결정이 가능하도록 일정 수준의 디자인이 가능한 기획자, 그리고 운영 기획을 위해 서비스 품질을 고려한 데이터 마이닝과 분석이 가능한 기획자 두 가지를 준비하고 있어요.

다코타 5년차 기획자

글쎄요. 저는 기획자라는 명확한 직무보다는, PM이나 PL처럼 프로젝트 단위의 역할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있어서요. 서비스 개발 프로젝트에서 개발자, 디자이너 등 각 인력들의 자원과 방향을 조율하고 기간을 정하여 그에 맞게 효율적으로 프로젝트를 진행시키는 게 존재 이유이지 않을까 싶네요. 그 외의 전통적인 의미의 기획자가 필요하다고 생각지는 않아요.

역할을 밝힐 수 없는 위자드웍스의 누군가

생각을 조금 더 다듬어 봐야겠지만, 전통적 의미의 기획자는 점점 더 줄어드는 상황인것 같아요. 단순히 스토리보드를 만들고 획일적인 소통을 한다면 더더욱 말이죠. 빠르게 바뀌는 시장의 니즈만큼 전통적 의미는 퇴색하는게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고요. 최근에는 기획영역이 사업기획, 디자인+기획, 개발+기획, 마케팅+기획 이렇게 확장되고 다변화 되고 있어요. 스타트업이라면 이를 적절히 조절하고 다룰 수 있는 ‘기획’이 가능한 사람을 선호할 수 밖에 없죠.

NHN AD 3년차 기획자

기획자의 존재 이유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구성원들 간 연결 고리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아요. 디자이너나 개발자처럼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구현하지 않는 점에서 있어도 되고 없어도 되고, 라는 생각을 수 있지만 중재하는 역할이 있기에 그들은 그들의 영역(개발, 디자인, 영업 직군 등)에 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요? 

제가 정말 좋아하는 Additor의 CEO

기획? 어떤 대상에 대해 그 대상의 변화 목적을 확인하고, 그 목적을 성취하는 데에 가장 적합한 행동을 설계하는 것을 의미. 저는 보통 그럴 때에 용어의 근본적인 의미를 찾아보는데, 여기에 있는 정의들이 제 생각과 비슷해서 놀랐네요. 저는 ‘기획자’가 존재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고, 그러한 고민과 일을 하는 사람이 ‘기획자’라는 것에는 동의합니다. (아 이분 참 매력있어)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기획자의 존재 이유에 대한 ‘답변’들. 언제나 그렇듯 – 정답은 없겠죠. 누군가의 말처럼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보다 어떻게 하면 더 경쟁력 있는 기획자가, 기획하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를 생각하고 움직이는게 좋을수도 있고요.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눈 분들도 있지만, 모든 내용을 담을 수 없어 이번에는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에 해당하는 내용만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이야기 하다 보니 기획자들의 고민과 생각을 다양한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 좋네요. 중간 중간 들어오고 빠지는 인원이 충분히 존재할 수 있지만, 위와 같은 질문을 앞으로도 비정기적으로 함께 나누고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다음 질문은요? 저는 생각해놓은게 있는데, 혹시 하고 싶은 질문이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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