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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훑어보기’라는 이름으로 첫 번째 발행한 [기획자의 서비스 훑어보기] B마트와 요마트 두 서비스와 퀵커머스에 대한 이야기 이후 라이브 커머스와 주유소에 대한 내용들을 꾸준히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제가 주유소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무려 10년 전 작성한 블로그 포스트 때문이었는데요. ‘만포주유소‘가 그 주인공입니다.
만포주유소는 경남 밀양에 위치 하고 있으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입지’가 좋은 곳이 전혀 아닙니다. 고속도로로 주행하는 차들이 톨게이트를 빠져나와야 하며, 차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 2차선 도로 옆에 만들어진 만포주유소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2010년 기준 월 1,200 드럼을 팔며 인기를 얻고 있었는데요.
- 사장님은 일반 주유소가 아니라 ‘화물차’에 주목한 주유소를 만들었습니다.
- 고속도로 통행료가 싼 야간에 운행을 하며, 선적이 되는 낮에는 주로 차에서 숙식을 해결함
- 주유소에서 이런 불편을 해결해준다면 차별적 경쟁우위가 가능하다고 판단
- 1,000평이 넘는 부지에 주유소를 만들어 화물차가 장시간 주차해도 답답하지 않도록 구성
- 대형차가 쉽게 진입할 수 있도록 지붕을 높이고, 샤워실, 식당, 수면실 등을 마련
- 밤이 되기까지 무료하게 기다리지 않도록 탁구대, 당구대, 노래방, 골프연습장, 낚시터도 마련
- 비용절감에 관심이 많은 화물차 운전자들을 위해 자가정비 시설과 엔진오일 교환시설도 마련
SK에너지가 2006년 전남 광양 화물차 휴게소를 시작으로 내트럭하우스 사업을 꾸준히 확대해 화물차 운전자들에게 휴게·주차·정비·주유 등 복합 서비스를 제공해온 것과 비슷한 컨셉이라고 볼 수 있는 내용이기도 한데요. 일치감치 주유소를 단순히 연료를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으로 생각, 판단한 것이 주효했던 것.
최근 주유소들의 움직임을 보면 이제 단순 주유를 위한 공간이 아니라 복합 공간이자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공간으로의 모습들이 많이 보이는데요. 오늘은 전국에 총 11,481곳이 있는 주유소들이 어떤 모습으로 변모하고 있는지 간략하게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주유소 현황 : SK에너지가 3,086개, 현대오일뱅크가 2,476개, GS칼텍스가 2,349개, 에쓰오일이 2,167개 기타-알뜰 주유소 등 1,403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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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의 변화, 왜 필요할까?
정유업계 4곳이 올 상반기 낸 적자 규모는 총 5조원이라고 해요. 코로나로 인해 매출의 10-20%를 차지하는 항공유가 확 줄어들었고, 전기차 등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 되며 체질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물론 주유소로 대표되는 공간에 대한 노력이 이제서야 시작 된 것은 아니에요. 실제로 공모전을 진행하기도 하고, 자체 아이디어를 수집하기도 하며, 스타트업들과 사업 기회를 확인, 검토 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활용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해왔어요. 그 변화들이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을 만나 더 가속화 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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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주유소 + 물류 배송 거점
주유소가 지닌 가장 큰 장점은 다른 장소들에 비해 차량 진입이 쉽다는 점입니다. 또 일정 규모 이상의 부지를 확보, 전국 어디에나 있다는 점도 장점 중 하나인데요. 덕분에 물건들을 쌓아 올릴 공간이 많아 물류, 배송 거점으로 활용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1)초미세물류와의 만남
대표적인 사례는 ‘홈픽‘입니다.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스타트업 ‘줌마’와 손잡고 지난해 9월 시작한 홈픽은 올해들어 하루 평균 주문량이 1월 1만여건에서 7월 3만건으로 3배 가까이 성장했는데요. 언제 어디서든 1시간 이내 방문 픽업하는 택배서비스로 전국 420여개 주유소를 거점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다마스로 대표되는 홈픽의 차량들이 골목 골목을 돌며 물량을 가져와 주유소에 놓으면, 한진택배가 이를 실제 배송지로 보내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홈픽 입장에서는 물류센터를 직접 구축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게 공간을 활용할 수 있고, 경영난을 겪는 주유소 입장에서는 노는 공간을 임대, 수익을 얻을 수 있기에 큰 문제 없이 서비스를 시작 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덕분에 홈픽은 서비스 런칭 1년만에 전국 단위의 물류센터를 갖추게 되었죠.
(2)현대오일뱅크와 쿠팡의 만남
현대오일뱅크는 작년 말, 쿠팡과 손잡고 주유소 22곳을 ‘로켓배송’ 거점으로 활용하기로 했습니다. 주유소 영업이 활발하지 않은 밤-새벽 시간대 부지를 제공하고, 임대 수익을 얻는 방법인데, 2021년 상반기까지 50곳으로 늘릴 계획이라고 하네요.
이 개념 역시 홈픽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를 운영하지 않는 시간에 부가적 수익을 만들 수 있으며, 쿠팡은 캠프보다 가까운 주유소를 통해 배송 효율을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홈픽은 주유소 자체가 물류센터가 되지만요)
(3)드론과의 만남
GS칼텍스는 주유소를 드론 배송 거점으로 활용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ETRI, 산업통상자원부, GS리테일과 손잡고 제주도에서 지난 6월 드론 배송 서비스를 선보였으며, 편의점 상품을 드론이 근처 주유소에 적재해 목적지에 배달하는 방식이라고 하네요.
GS리테일이 이미 GS25를 운영하고 있기에 GS칼텍스가 운영하는 주유소를 물류 거점으로 활용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드론은 교통 상황이나 지역 등의 영향을 가장 덜 받는 수단이기에 물류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도 쉽게 물품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직 테스트 단계지만 실제 서비스로 이어진다면 GS칼텍스 주유소에서 드론이 이륙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보게 될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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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의 일부 공간을 물류 거점으로 활용하는 3가지 최근 사례를 살펴봤는데요. 홈픽은 이미 올해만 3배 이상 취급량이 증가하는 등 물류와 주유소의 만남이 꽤 긍정적으로 보이지만 (쿠팡까지 가세했으니) 사실 긍정적인 시각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와 관련해서는 바이라인 네트워크의 글을 꼭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네요! (쿠팡이 현대오일뱅크 주유소로 로켓배송을 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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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유소 + 퍼스널 모빌리티
신한카드 빅데이터 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7월까지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건수는 117만300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5만4000건)보다 362% 급증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대면 접촉을 최소화 하고자 하는 수요가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는데요. 전동 킥보드와 전기 자전거로 대표되는 퍼스널 모빌리티역시 주유소와의 다양한 접점을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주유소의 넓은 부지 내 전기 자전거, 전동 킥보드 대여/반납 공간을 만들거나 배터리 충전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1)에쓰오일과 일레클
일레클은 쏘카의 투자를 받은 곳으로 지난 2019년 서울에서 최초로 공유 전기자전거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현재 서울, 세종, 삼성 디지털 시티, 마곡지구, 김포, 부천에서 서비스 이용이 가능합니다. 일레클은 지난8월 에쓰오일과 제휴해 주유소를 거점으로 하는 공유 플랫폼 서비스를 시작했는데요! 주유소 일부 공간을 활용해 전기 자전거 주차와 대여, 반납을 위한 ‘일레클존’을 설치하고 배터리 충전과 정비 등 협력 사업을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최근 퍼스널 모빌리티 이용이 잦아지면서 사회적 이슈가 함께 발생하고 있는데요. 대표적인 것이 바로 ‘거치’입니다. 전동킥보드를 대여하고 반납할 때 아무곳에나 두고 가기 때문이죠. 전기 자전거는 전동 킥보드에 비해 부피가 더 크기에 이런 문제에서 더 자유롭지 못한데요. 전국 곳곳에 있으며 부지가 넓은 주유소 내 대여, 반납이 가능하도록 할 경우 앞선 문제를 일부 해결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또 주유소 입장에서는 전기 자전거를 대여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기본적으로 에쓰오일 브랜드를 알릴 수 있으며, 물류 등 다른 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이용하게 하는 유인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2)GS칼텍스와 카카오 T 바이크
작년 3월 시범서비스를 시작한 카카오 T 바이크는 현재 성남, 울산, 인천, 전주, 서울 송파구, 안산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진행하고 있는데요. 지난 7월, GS칼텍스와의 제휴를 통해 주유소와 GS엠비즈 오토오아시스를 활용해 충전·정비 거점을 확보했습니다. 일레클이 에쓰오일과 협력을 하고자 하는 분야와 거의 동일한 수준으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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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유소 + 무인 택배함
주유소 내 무인 택배함 등을 활용해 짐을 보관하거나 세탁물을 맡기거나 중고제품을 거래 할 수 있도록 돕는 것도 가능하다는 사실 알고 있으신가요?
(1)GS칼텍스 – SK에너지의 큐부
SK에너자와 GS칼텍스는 주유소 기반 스마트 보관함 ‘큐부’를 지난 2018년 말에 출시했는데요. ‘큐브야 부탁해’의 줄임말로 고객이 주유소 내 설치된 스마트 보관함을 활용해 택배 보관, 중고물품 거래, 세탁, 물품 보관 등의 서비스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습니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유입 고객 증가, 매출 증대는 물론 광고 플랫폼으로 활용한 수익 창출도 기대할 수 있으며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운영사 입장에서는 고객 접점을 확대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관계이기도 하죠. 스타트업 리화이트는 세탁 서비스, 마타주는 물건 보관 서비스를 연계 운영, 중고나라는 중고물품 거래 서비스를 담당한다고 합니다.
(2)현대오일뱅크와 오호
‘오호’는 공간이 부족한 사람과 유휴공간을 중계하는 셀프 스토리지 스타트업 (마타쥬 역시 동일) 입니다. 오호는 현대오일뱅크와 손잡고 작년 9월 사당 주유소에 셀프 스토리지 1호점을 열었습니다. 먼 물류창고보다 가까운 주유소에 원하는 짐을 맡겨둔다면 차량을 통해 이동하다가 다시 찾아갈 수도 있고, 다른 수단으로 쉽게 접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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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주유소 + 차량 관리
자차를 소유하고 있다면! 차량 관리에 많은 시간을 투자 할 수 밖에 없는데요. 기존의 자동 세차를 넘어 프리미엄 손세차 등 차량 관리를 더 세부적으로 제공해주는 역할로의 주유소를 계속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SK에너지의 머핀
머핀은 SK에너지가 운영하는 모바일앱으로 앱을 설치한 뒤 번호와 주유 및 결제 방법을 등록하면 주유소에서 차량번호 입력만으로 결제가 되는 서비스입니다. 신용카드 뿐 아니라 카카오페이 등의 간편결제로도 결제가 가능하죠. 가까운 주유소 정보와 쿠폰 등 이벤트가 자체적으로 진행되는 서비스입니다.
서비스 자체만 놓고보면 크게 매력이 없어 보이지만 중요한 것인 이 앱의 확장성인데요. SK는 연말까지 전국에 있는 SK에너지 주유소로 서비스를 확대함과 동시에 세차/주차/발렛파킹/정비/보험 등 순차적으로 서비스 영역을 늘려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주차장에 들르기 전 주유 예약은 물론 세차 등 자동차 관리에 일부 필요한 서비스를 한 번에 예약 할 수 있게 되는 것.
(2)현대오일뱅크와 팀와이퍼의 협업
지난 9월, 현대오일뱅크는 올 연말까지 세차 전문 스타트업인 팀와이퍼와 제휴해 연내 서울의 주유소 다섯 곳에 출장세차 서비스를 시범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는데요! 출장 세차는 (저도 몇 번 사용해봤지만) 차가 주차된 곳의 영향을 많이 받는 서비스기에 이용에 제한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주유소에 차를 맡기고 다시 받을 수 있다면 앞선 문제는 일부 사라지지 않을까 싶네요.
출장 세차 뿐만아니라 현대오일뱅크는 전국 대도시의 20개 주유소를 대상으로 고급 손세차 서비스도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소모품 주기나 점검에 비해 주기가 잦은 세차로 시작해 출장 정비 등의 영역으로 충분히 확대 할 수 있을거란 판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참고로 국내 세차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3조7000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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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기타
- SK가스는 최근 인천 남동구 SK행복충전 논현충전소의 기존 LPG충전에 수소 충전 기능을 더하고 프리미엄 셀프세차장, 첨단 무인편의점 등 복합시설을 확충한 에코스테이션 1호점 오픈. 편의점 2층에는 카페, 테라스 공간을 마련, 세차 외에도 잠시 쉬어갈 수 있도록 함.
- SK에너지는 직영주유소, 충전소에 응급처치대응 개념을 더함. 한국응급처치교육센터와 협약으로 응급상황 초기 대처, 응급처치 교육 재능기부, 지역사회와의 소통 체계 구축을 할 방침. 주유소와 충전소에 응급처치 기구를 비치하고 운영자들은 E.F.R 자격을 취득. 그간 주유소는 방문 고객의 편의 향상에 초점을 맞췄는데 이제는 사회 안전망으로써의 역할까지 고려하는 것.
- 현대오일뱅크는 주유소 부지 일부를 주차 공간으로 만들어 수익을 내고 있음. 고객들이 모바일 앱을 통해 빈 공간을 실시간 확인한 뒤 주차를 할 수 있게끔 한 것. (현대오일뱅크는 한컴모빌리티와 협력, 주유소 내 유휴부지를 활용한 사물인터넷 기반 주차 서비스 시범 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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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할 수 밖에 없는 이유
위 다섯가지 항목에서는 빠졌지만, GS칼텍스는 전국 2,800여개 주유소와 LPG 충전소에 전기차 충전소를 구축할 계획 등 주유소의 변화는 이제 필수라고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제 짧은 생각과 판단보다 기업 단위로 이미 발빠르게 움직이는 사례들이 꽤 많았어요.
자동차라는 이동 수단의 연료가 바뀐다. 그래서 다른 연료를 충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꾼다. 가 기본이라면 단순히 연료를 채우는 것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 가 중요한 포인트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예 주유소를 만드는 스타트업도 있어요. 카닥은 GS칼텍스와 함께 경기도 고양 지역에서 카닥일산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데요. 카페뎀셀브즈 – 온더로드가 입점해 있고, 카페안에서 세차중인 차량을 모니터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정비 시설은 기본이고요! 카페,세차, 정비소 등을 결합한 일종의 복합 시설로의 테스트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제게 주유소가 재미있었던 건, 다양한 스타트업이 ‘협업’과 ‘제휴’의 관점으로 치고 들어갈 수 있는 지점이기 때문이었습니다. 물류, 세차, 점검 및 관리 등 O2O 서비스들의 주요 거점으로 활용 될 수 있는 가능성과 사례가 이미 많이 나와 있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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